올 겨울 우리는 ‘클리셰’를 화두로 세 통의 편지를 나눴습니다. 혁신적인 바그너의 선율마저 슬픈 한 사람의 오열로 들리던 윤혜의 어두운 시간을, 혜선과 호경이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죠. 늘 클리셰를 깨려 노력하던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도 편안한 선율을 작곡하던 때가 있음을 상기하면서요.
이번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자니, 익숙한 화음이 주는 기쁨과 그 기쁨이 주는 위안이 맞물립니다. 그 위안으로부터 우리는 또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가 희망을 잃지 않고 라벨에게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의뢰했듯 말입니다. 마지막 곡으로는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의 연말을 따뜻하게 밝혀줄, 감정적으로 충만한 현악 오케스트라 곡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