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주제는 '나를 위한 나의 노력'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혜선은 인생 처음으로 들어온 일을 거절한 경험으로, 앞으론 더욱 잘 거절하며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호경은 잘한 일에는 엎드려 절을 받자는(!) 다짐을 세웠죠. 윤혜는 누가 뭐라든 제맘대로 개성을 펼치기로요.
그리하여 완성된 플레이리스트는 우리를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가게 만들 것만 같은 당당한 행진들이 모였네요. 기운찬 ‘라데츠키 행진곡’, 비장한 ‘기사의 춤’,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 같은 ‘위풍당당 행진곡’. 보폭과 속도, 감정이 제각기 달라 재미있죠. 재즈풍의 카푸스틴 소나타와, 스코틀랜드식 오스왈드 소나타의 개성 넘치는 발걸음이란! 시끌벅적한 우리의 행진은 혜선이 추천한 요요마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으로 조용하게 맺습니다. 파격적이었던 젊은 시절 그의 연주는 이제 자연스럽고 한결 가볍습니다. 패기 넘치는 플레이리스트를 남긴 우리도 먼 훗날 오늘의 선곡에 슬며시 미소짓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