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네 번째 수요일, the third letter from 윤혜 ✍️
런던 사람들을 바라보며 깨달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삶'의 여러 모습
그로부터 이어지는 윤혜의 새해 다짐
🌈
런던에서 받은 충격
연말에 런던을 다녀왔어요. 남편의 사촌이 런던에 사는데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고 해서 축하해 주러 갔어요. 혜선 선배도 지난 편지에서 같은 소식을 전했죠, 진심으로 축하해요! 30대 중반이라면 노심초사해 대출을 받고 근교에 내 집을 마련하는 건 어디나 비슷한가 봐요. 저희는 멀었지만요.
특가 비행기를 끊었더니 새벽 출발이었어요. 겨우 공항에 도착했는데 남편이 여권을 집에 두고온 것 있죠. 졸지에 혼자 비행기를 타고 아침 10시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남편이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론 좋았어요. 자유부인이라니! 고민하다 바비칸 센터에 갔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을 맞은 도심에 세운 거대한 콘크리트 문화 단지예요. 공연장, 미술관, 예술학교, 아파트가 옹기종기 모여 있죠. 런던 심포니의 상주 공연장이기도 해요. 건설 당시, 생소했던 노출 콘크리트와 육중한 무게감(Brutalism)으로 많은 이에게 충격을 주었던 곳입니다.
첫인상은 제게도 그러했어요. 해가 없는 런던의 겨울, 콘크리트 단지는 한층 을씨년스러웠죠. 그런데 사람들이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어요. 핑크와 그린, 블루, 머리 색깔도 다양했고요. 풍선처럼 부푼 패딩을 입은 할머니도 계셨고, 꼬불꼬불한 빨간 머리 위에 작은 비니를 눌러쓴 아주머니도 계셨어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자신의 개성을 발산하고 있었죠. 충격적이었어요. 그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해외에 나와 산 이후로 종종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하곤 하는데요. 그중 가장 예쁜 예를 보는 것 같았죠. 이들은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방식으로, 정성을 다해 꾸미고 있었어요.
물론 프랑스에도 자유는 있습니다. 다만 그 방향이 꾸미지 않을 자유로 향한달까요. 이곳에선 수수한 아름다움을 미덕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요. 화려한 옷이나 메이크업 대신 생긴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죠. 이상적이죠? (물론 파리의 일부 구역은 제외하고요.) 그런데, 저는 그렇기 때문에 가끔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외양을 가꾸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랄까. 제 옷장엔 큼직하고 화려한 패턴이나 빈티지 패턴이 많은데요. 실제로 제가 ‘투 머치’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고요.
런던에서 알게 됐습니다. 자유로운 프랑스에서 나답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의 이상적인 사회상에 맞춰서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기도 했다는 걸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답시고 좀 후줄근해도 괜찮아, 나를 풀어두었는데 사실 그것이야말로 이곳의 분위기를 신경쓰는 태도였던 데다, 저의 자존감까지 깎고 있었어요. 저는 저를 관리하고 신경쓸 때 행복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니까 올해 제가 할 노력은 ‘저를 더욱 가꾸고 제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것’이에요. 지난 주에 푸른 컬러의 굵직한 체인 무늬 원피스를 입고 출장을 다녀왔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아마 공연장 로비에서 제가 가장 눈에 띄었을 거예요. 그게 저는 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