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 수요일, the third letter from 호경 ✍️
‘아이와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여는 세 번째 편지.
예비 클래식 음악 애호가를 키우기 위한
호경의 노력, 그 성공과 실패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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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 관객 키우기
윤혜 씨가 참여한 ‘세종문화 N’ 2월호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미래 세대 관객을 위해 다양하게 시도하는 국내외 공연장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더군요. 저 또한 집에서 예비 클래식 음악 애호가를 키우기 위해 나름대로 분투하고 있습니다! 몸에 좋은 거라면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귀에 양분을 공급하는 중이에요. 성공 사례도, 실패 사례도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1. ⁓6개월까지
뒤집기만 해도 신기하고, 목만 번쩍 들어도 기특한 이 시기에는 유튜브 뮤직 ‘두뇌 발달에 좋은 모차르트 음악들’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곤 했어요.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에 수많은 플레이리스트가 올라와 있지만 모차르트의 ‘장조’ ‘피아노곡’만으로 이루어진 플레이리스트는 없더라고요. 이때는 조금이라도 어두운 단조곡을 들으면 잘못될 것만 같았어요.
#2. 돌(12개월) 이후
‘두두스토리’라는 출판사에서 기획한 ‘첫돌 명화 클래식 세트’를 꽤 비싼 값에 들였는데요. 커다란 하드 페이퍼로 루브르, 오르세, 내셔널 갤러리의 명화들을 볼 수 있고, 미술 작품마다 클래식 음악이 한 곡씩 짝을 이루어 흘러나오는 구성이었어요. 15개월쯤 되었을 때 아침에 일어나면 한 시간 가까이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눈물 날 만큼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건 (모나)리자 아줌마야, 이건 하이든이라는 할아버지의 곡이야, 하고 참견도 많이 했죠.
#3. 놀이용 음악 찾기
‘애플 뮤직’에 ‘애플 뮤직 키즈’ 섹션이 따로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플레이리스트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데요, 집에서 놀이하는 시간에 틀어두고 싶은데 그리 적절하진 않아요. 현시점에 첫 번째 곡인 존 윌리엄스의 ‘Superman March’는 지나치게 비장하고요, 두 번째 곡인 조지 거슈윈의 ‘Dance of the Waves’는 꽤 좋습니다만. 무드가 휙 휙 바뀌니 연속성이 좀 떨어진다고 할까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Obituary(영화 <French Dispatch> OST 중)’ 무드의 플레이리스트를 셀프로 만들고 있어요. 원한다면 공유하겠습니다.
#4.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 그냥 들려줘 버리기
아이를 뒷좌석 카시트에 태우고 운전하며 가다 문득 동요가 좀 지겹더라고요.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도 들어볼래, 하면서 말러, 베토벤 그냥 막 때렸더니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미안… 대실패.
#5. 두 돌(24개월) 이후
‘그레이트 북스’라는 출판사에서 만든 ‘도레미곰’이라는 시리즈물이 있어요. 총 50권인데 클래식 음악 선율을 따서 동화를 읽어 줍니다. 뮤지컬처럼요. 예를 들면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모티브를 가지고 ‘좋!은!소!식!’ ‘나!쁜!소!식!’ 이런 식으로 부릅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획이에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말하긴 좀 어렵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저도 좋답니다.
클래식 음악은 혈압을 낮추고, 기억력을 좋게 한다고 합니다. 창의력을 자극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대요. 생산성을 높이고, 무엇보다 우울과 싸우며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고 해요. 장점들은 연구로 무수히 많이 밝혀진 한편, 단점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스스로 귀를 기울이는 것도, 또 티켓이 많이 팔리든 팔리지 않든 관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마음도 모두 비슷할 거예요.
#6. 추천 음악 🎧
마지막으로 부모도 재밌고, 아이도 재밌는 연주 영상을 공유합니다. The School of the Arts Teatro del Lago의 The Chamberlain and Piccolo Orchestra가 연주하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인데, 연주도 뛰어나고, 연주자들의 모습과 번갈아 흐르는 동물 영상도 수준이 높습니다. 적절한 교차 편집도 훌륭하고요. 더 많이 함께 듣고, 더 많이 같이 이야기해요, 우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