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막 마치고 나와 개운한 마음으로 1층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지는 6개월쯤 되었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준비 운동 루틴도 생겼는데요, 일단 잘 붓는 종아리부터 쭉쭉 당겨 줍니다. 손목, 발목을 차례로 돌리고요. 목, 어깨, 등, 허리 순으로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여요. 호흡을 차분히 하고 몸과 마음의 경직을 완전히 풀고… 시간을 들여 준비 운동을 끝내고 나면 뭔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는 강도 높은 프로그램도, 몇십 킬로그램의 기구를 들었다 내리며 근육을 키우는 일도 준비 운동을 얼마나 착실히 했느냐에 따라 만족감이 달라요. 두 사람의 글을 읽으며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해 온 준비 운동이 떠올랐어요. 

저는 아마도 요즘 réchauffement, ‘나’라는 땅을 다시 데우는 중인 듯해요.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는 동안 모든 것을 다 소진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핏기 없이 희멀건 얼굴로, 초점 없는 눈으로 지내다 주변의 권유로 어영부영 시작한 운동인데, 이제는 덕분에 기력을 좀 되찾았습니다. 운동을 거름 삼아 몸에 따뜻한 기운을 돌게 하면서 건강한 엄마로 지내고 있어요. 

아이와 함께 지낸 지난 15개월이 제게는 그 어느 때보다 본격적이었거든요. 물론 현재진행형이고요. 그런데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준비 운동과도 같은 시간일 거란 생각이 들어요. 목정원 작가와 두 사람이 이야기한 세상을 마주하기 전 몸풀기의 단계, 응시하기 전에 사랑하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겠죠. 그렇다면 난 무얼 해야 할까, 매일매일 준비 운동을 돕는 마음으로 한결같이 같은 일을 반복하며 아이의 몸과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지도록 도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인간으로서 한층 성숙해졌다고 여겼고, 내 안에 사랑이 넘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작은 규모의 것이었는지 근래에 곱씹고 있어요. 나의 작은 아이만을 향한 응시, 오로지 그에게만 쏟는 사랑이란 이기심이란 감정과도 닮았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아이와 나, 두 존재가 딱 붙어 서로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결국은 각자의 본 무대를 맞이하게 되겠죠. 그러기 위해 저는 저대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다짐해 보는 요즘입니다. 

우리 셋의 일상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완연하여 자꾸 더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나 봅니다. 때로는 아무런 논리도 함의도 없는 원초적인 몸짓과 말들이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도 아이가 알려준 사실이에요. 다음 번엔 마냥 쉽고 편히 좋은 것들을 이야기해보면 어때요. 윤혜의 집에 새로 온 고양이 ‘양말이’나 강아지, 떡볶이, 맑은 날씨 같은 것들요. 평화로운 봄이기를 바라요. 🍀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