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음악은 아름답죠. 그런 음악에 퍽이나 고귀하다는 반어를 붙이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나디아의 수요일』 팀은 슈베르트의 음악을 자신의 고귀함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생각했던 한 연주자의 언행을 조소하는 의미로 6호의 제목을 지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연주자의 몰락을 바라보며, 우리는 음악가의 음악과 삶의 상관관계를 살펴봅니다. 호경이 남긴 멋진 말로 이번 호를 열게요.
“한 편의 예술 작품이란 하나의 세계와도 다름없으니 그 안에서 예술적 아름다움만 취하고 철학이나 가치관, 정서적인 부분들은 조각낸 채로 어느 일부만 취하고 버리는, 그러한 일은 거의 불가능하죠.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는 조심스레 붙어야 하는 칭호라 생각합니다.”
✍️ 다정한 대답
연주만 잘한다면 좋은 음악가라 부를 수 있을까? 음악가의 음악과 사생활은 분리해야 하는 걸까? 아니, 그렇다면 음악과 삶이 모두 고귀한 연주자가 과연 있긴 할까? 깊은 회의에 빠진 윤혜. 호경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해진 현 시대에 모두가 조금 더 겸손하게 예술을 하길 당부하며 현명한 이야기들을 건네요. 혜선은 뜨거운 세상과 분리되어 홀로 도도한 클래식 음악에 대해 고민했던 지난날의 경험을 덧붙이죠. 세 사람의 편지를 읽으며, 우리는 아름다움에 부여된 책임감을 다시 상기합니다.
🎵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오만한 음악가의 발언을 슈베르트 음악으로 응징하자! 햐안 불꽃에 휩싸인 듯했던 그의 삶을 들여다보며 각자가 고귀하다고 여기는 작품들을 꼽았습니다. 뜨겁지만 어딘가 처연한 그 모습이 그려지는 실내악으로 문을 열고, 일생 단 한 번의 사랑이 남긴 아름다운 가곡의 터널을 지나, 단순과 반복으로 열반에 오른 듯한 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에 이르는 슈베르트 대장정.
🎼 라이트모티브
혜선의 여섯 번째 단편 소설, 「방랑자 환상곡」. 클래식 음악을 배운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 곁을 맴돌던 아윤은 공부를 그만두고 음악 기획사에 입사하며 음악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대학에서 만난 음대생 친구이자 입사를 도와준 사라와 나란히 인턴으로 일하던 그해, 오래도록 좋아해온 피아니스트 서항원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 모리스 음악 탐험대
일상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소리, 이번에는 일상 속의 소음에서 음악적 원리를 캐내어 봅니다. 바로 자동차 경적! 뛰뛰 빵빵 무심코 지나친 경적들도 저마다 역사와 소리의 특징을 가지고 있답니다. 어떤 원리로 음을 만들어내고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요? 초창기 손으로 연주하는 나팔 신호로 시작해 현재의 전자식 경적에 이르기까지, 도로 위의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다양한 경적들을 추적합니다. 나팔 경적을 실제로 관현악에 넣은 거슈윈의 음악도 들어보고요.
🚘 드라이브 마이 카
‘감상자’를 음악 경험의 한가운데로 불러오는 호경의 칼럼 「드라이브 마이 카」. 삶의 모든 순간이 눈에 보이는 성취로 이어질 수 없다는 깨달음이 일상과 팟캐스트, 음악에 중첩되어 밀려옵니다. 작곡가 발모라이가 열어 보이는 세계와 영영 지루해지지 않을 그의 음악들을 유영하며 한 생각들. 삶에는 의미와 무의미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전략 없는 삶에 대한 각성.
📚 신기한 인물사전
숏커트에 회색 옷을 입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수십년을 연주해 온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 음악을 하기 이전에 음악을 하는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삶을 따라가 봅니다. 포르투갈의 농가를 개조한 ‘카사 데 벨가이스’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불우한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나누는 데 헌신하죠. 빵을 굽고 닭을 키우며 자연 속에 살아가지만 한편 여성 피아니스트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피레스의 삶. 그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매호 함께 해 주는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슈베르트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여름 되세요.